승효상의 코르텐 강과 안상수의 타이포그래피
2003년 9월 대학로에 적갈색의 건축물 하나가 들어섰다. 소극장 골목에 있는 승효상의 쇳대박물관이다. 대학로는 아르코예술극장과 샘터 사옥 등 김수근의 붉은색 벽돌 건물로 기억되던 곳이다. 붉은 벽돌이 김수근 건축의 상징이라면 그의 제자 승효상은 코르텐 강(내후성 강판, 녹슨 철의 느낌) 소재로 자신의 미학을 드러낸 것이다. 녹슨 철을 연상시키는 코르텐 강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을 발산하는 건축 소재. 코르텐 강으로 만든 쇳대박물관은 아르코예술극장과 더불어 대학로의 역사를 대변하는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쇳대박물관은 ‘쇳대’라는 박물관의 테마와도 잘 어울린다. 쇳대는 쇠막대기를 가리키는 말로, 열쇠는 대표적인 쇠막대기 중 하나. 실제로 경상도와 강원도 등지에서는 열쇠를 쇳대라 부른다. 쇳대박물관 역시 열쇠로서의 쇳대의 의미를 담았다.
쇳대박물관 외관에는 안상수의 타이포그래피‘한글 담쟁이’가 걸려 있다. 코르텐 강의 벽면을 따라 늘어뜨린 가지에는 한글 자음들이 마치 작은 열매처럼 달려 있다.‘담장이 타이포’는 2007년 전시된 작품으로 전시가 끝난 후에도 쇳대박물관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쇳대박물관의 한쪽 벽면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작품인 것이다.
통일신라 시대에서 티베트 열쇠까지
쇳대박물관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홍규 관장이 세웠다. 그는 철제 디자인으로 유명한 논현동 최가네 철물점의 대표다. 박물관에 전시한 4000여 점의 쇳대는 그가 19세 때부터 수집한 것이다. 4층에 들어서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열쇠들이 입구 옆 벽면에 작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전시실은 총 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계의 열쇠란 열쇠는 다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특히 우리 민족의 열쇠와 자물쇠에 대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철제 자물쇠에서 조선 시대 비밀 자물쇠까지 다채롭기 그지없다. 조선 시대 유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ㄷ자형에서 물고기나 함박형의 자물쇠까지 유형별로 전시 중인데 크기나 모양이 다른 것은 물론 열쇠의 입구와 열쇠의 크기 등도 천차만별이다. 무늬 하나 없이 단순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정교한 공예 솜씨가 돋보이는 것들도 많다.
제2전시실에는 조선 시대 목가구를 전시하고 제3전시실에는 아프리카, 티베트 등의 외국 자물쇠를 전시한다. 제1전시실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가구에 달린 자물쇠나 외국의 자물쇠 등은 또 다른 볼거리다.
박물관을 나와서 3층 갤러리와 2층 쇳대 아트 숍에 들러보길 권한다. 갤러리에서는 금속공예에 관한 전시가 자주 열리는 편이다. 2층 쇳대 아트 숍은 모형 오토바이에서 새장까지 여러 형태의 철제 물건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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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 서울시 관광과, 하이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