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대기업의 경영화두는 정보통신(IT) 투자확대와 보수경영'
미국의 경기침체와 그리스,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국내 주요 대기업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 태블릿PC, 반도체 등 IT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사업부문은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는 등 보수경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IT투자 '돌격 앞으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사업계획 방향과 관련해 시설·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을 역대 최대인 38조∼40조원 규모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삼성전자 R&D 투자 규모보다 무려 30%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는 15조원이며 특히 비(非)메모리에 8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규모를 메모리보다 더 늘린 것은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의 위력이 보여주듯 내년에도 전세계 IT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삼성은 스마트 기기에 필요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비메모리 사업에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롱텀 에볼루션(LTE)'으로 휴대전화시장에서 권토중래를 노린다.
이에 따라 1조1539억원의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53%인 6109억원을 휴대전화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4625억원은 LTE 신규 모델과 시스템 개발 등 R&D에 집중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이동통신'과 '반도체'라는 양대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하이닉스의 핵심제품을 메모리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로 바꾸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수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해외시장 공략으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외형 키우기보다 내실 경영'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 극복
삼성 등 일부기업이 내년에 '통 큰'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의 경기침체로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주춤하고 신흥시장 역시 성장세가 둔화조짐을 보이자 내년 판매는 올해 대비 한 자릿수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내년 해외시장 판매목표치를 700만대로 잡았다.
이는 올해 전체 해외시장 예상 판매량 660만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내년에는 무리한 물량 경쟁보다는 품질 완벽주의와 브랜드 인지도 등 내실경영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 역시 내년 사업목표를 보수경영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내년에 추진할 예정이던 광양제철소 제1·5고로 개보수 투자를 2013년 이후로 미루고 지난 6월 착공한 파이넥스 3공장 완공 시기를 늦추는 등 설비 신설·개보수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최근 철강 시장 침체로 올해 투자를 당초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축소했다"며 "해외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무리한 투자보다는 내실있는 경영으로 불확실성을 이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 주요 기반시설 공사 등 중동지역 중심의 해외수주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주요 해운사들도 내년에는 선박을 신규로 발주하지 않겠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에도 미치지 못하는 3.6%에 그칠 전망"이라며 "각 그룹이 저성장 시대를 대비해 이에 걸맞는 경영계획 수립에 고심중"이라고 설명했다.